2불짜리 운전실력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로 라이드하면서 인명사고를 낼 뻔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 파란 화살표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맨 오른쪽 차선을 가던 나는 그대로 가서 바로...

상실의 시대

계절 탓인지 어두운 지하 골방으로 내려가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대신 밖에서 이리저리 집을 수리하거나 지인들과 어울려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는 일이 잦아졌다. 생활을 즐긴다거나 개인적인...

언어의 향기

“아빠는 영어를 왜 그리 못해?” 막내가 태클을 걸어온다. 아침 일찍 함께 치과로 가는 길이었다. 잠깐 팀호튼에 들러 내가 커피를 주문하는 소리를 듣더니...

치유로서의 노동

모든 사람은 일을 한다(그렇겠지 설마?). 깨어있는 시간의 반 정도가 일하는 시간이다. 하루 8시간, 주5일, 25살에서 65세까지 40년을 일한다고 가정하면 8만3천 시간 정도이다. 한국의 경우...

1%의 소중함

아내는 영사관에 가져갈 서류를 준비하다가 오래 전에 나에게서 받은 손 편지를 발견하고는 키득거렸다. 줄줄이 손발 오그라드는 내용이다. 어쩌다가 막내 손에 들어가 하루 종일 놀림감이...

낙엽의 냄새를 맡으며…

파란 하늘 아래 아슬하게 붙어있는 노란 잎사귀들 사이로 늦가을 햇살이 눈부시다. 숲에 수북히 쌓인 낙엽을 걸으면 바삭한 소리와 함께 어느 식상한 시구가...

내비게이션

예전에 미국에서 여행을 다니거나 지인들을 방문하곤 할 때는 지도를 보고 여기저기 찾아 다녔었다. 지도가 상당히 상세하고 도시지역은 가로 세로 구획이 분명해서 목적지를 찾는데 그다지...

서주우유 열 방울

간식 투정하는 막내에게 아내는 어릴 적 내 이야기를 들려주며, “너는 호강하는 줄 알아라.” 했다고 한다. 언젠가 아내에게 중학교 때 시작되었던 우유급식에 관해서...

아름다운 관객

가끔 YMCA 남자 탈의실에서는 어떤 노인이 팬티만 입은 채 하모니카를 불며 민망하게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데 오늘도 역시 귀에 익숙한 추억의 가곡 여럿을...

새학기

“넌 너무 이기적이야! 그리고 나쁜 딸이야!” 8살짜리 막내에게 쏘아붙였다. 잠깐 소파에 앉아 즐기던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자꾸 칭얼대길래 “5시까지만 볼 테니까 그 다음에는 네가 보고...

비상의 꿈

“아빠, 통계를 보면 뭔가 영웅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일에 감정적으로는 약간 초연한(detached) 경향이 있대요.” 열성과 고집이 있어야 큰 일을 해내지 않겠니? 하고 되물으려다가...

양다리 걸치다

내 마음의 작은 연못에 황소개구리 한마리가 놀고 있다. 처음에는 성가신 모기와 날파리 같은 귀찮은 것들을 없애줘서 기뻤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놈은 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