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으로부터 1년

낮이 되어도 20도 초반이다. 추분을 많이 지나서 그런지 낮에 햇볕을 받는 시간도 짧아지고 덩달아 날씨도 선선해진다. 계절의 변화를 가져오는, 몇십억년 동안 한결같은...

행복

아이가 학교를 갔다 왔을 때 도시락 통을 꺼내놓지 않아서 아침마다 도시락을 준비하고 나면 꼭 책가방을 뒤지게 된다. 비닐 팩으로 된 우유를 다...

만남

겨울이 너무 일찍 왔다고 느꼈었는데 이번 연말연시는 의외로 따듯한 날씨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반갑지만 왠지 기후가 정상을 벗어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사랑과 희생에 관한 단상

인류의 조상들은 신에게 제물을 바쳐왔다. 오늘 날에 와서는 미개한 행위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시대의 문맥 속으로 들어간다면 나름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거룩함에 대하여

막내가 학교에서 흙이 있는 작은 화분에 오크나무의 모종을 담아왔다. 한 뼘 정도 크기의 가녀린 줄기에 의외로 큼직한 잎이 두 개 달려 있었다....

요즘 드라마

TV 드라마는 실제 삶과 동떨어진 그야말로 같잖은 스토리 투성이지만 그래도 드라마에 빠지다 보면 그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휴식을 가지게 된다. 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위대한 침묵’ 속으로

유난히 내성적이고 말 수가 적은 유년 시절을 지냈었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의 놀라운 복제(?)능력 덕분이다. 아버지와의 대화를 평생 모아 봐도 5분이 넘지 못할 것 같은...

가지치기

누군가 집 앞 오래된 나무를 예쁘게 가지치기 해놓았다. 동네 길가에 있는 나무들 모두 다듬어져 있는 것을 보니 아마 시티에서 봄을 맞아 다녀간...

똥풍

아이들은 방귀와 똥이야기만 나오면 꺄르르 한다. 그래서 막내와 자주하는 장난 중에 하나가, 방귀를 뀌면 그것을 잡아 던지는 시늉을 하며 ‘내 똥풍을 받아라’ 하는 것이다....

아베 마리아

퀘벡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노트르담’이라 불리는 건축물이나 도로가 자주 눈에 띈다. ‘담(dame)’은 여성에 대한 존칭(영어의 lady)이다. 그래서, 프랑스어로 ‘마담(ma dame)’은 my lady,...

입냄새

어느 날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몇 초 동안 주위가 빙빙 돌고 어지러워서 털썩 주저 앉았다. 날씨는 청명한데 매사에 의욕이 없던 차에 갑작스럽게 건강에 적신호가...

입양

도원결의란 장비(혹은 유비)의 집 뒤뜰 복숭아 밭에서 검은 소와 흰 말과 지전(紙錢) 등 제물을 차려 놓고 천지(天地)에 제(祭)를 지내어 의형제를 맺은 것을 두고 말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