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밤 늦게 ‘터미네이터’라는 영화의 여섯번째 속편을 보게되었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보면서 우리를 충격과 공포와 전율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T-800이라는 모델의 살인로봇은 이번에는 기필코...

어느 늦가을 찬란한 아침에

식품점에서 미리 사다 놓은 노란 단무지를 냉장고에서 꺼내 사각형으로 길게 썰었다. 계란을 풀고 흰 소금을 약간 섞은 다음 젓가락으로 한참이나 휘저어서 후라이판에...

소록도의 눈물

어느 날 잠깐 방심했다가 딱딱한 껍질로 철통같이 지키던 속살에 모래알이 하나 들어온다. 연하디 연한 속살에 자꾸 닿으니 하염없이 고통스럽다. 조개는 입을 벌려...

2%가 부족할 때

“아쉬워…”거의 완성된 테이블을 훑어본 아내의 첫 반응에 나는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한 해에 기껏해야 한두 개 정도 테이블을 만들다 보니 제작할...

달콤한 인생

눈이 온다. 아직은 포근해서 길에 닿자마자 녹아버리지만 그래도 먼 발치 들판과 숲에는 눈이 제법 아름답게 덮여간다.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오는 길에 팀호튼에서 커피를 샀다....

똥풍

아이들은 방귀와 똥이야기만 나오면 꺄르르 한다. 그래서 막내와 자주하는 장난 중에 하나가, 방귀를 뀌면 그것을 잡아 던지는 시늉을 하며 ‘내 똥풍을 받아라’ 하는 것이다....

아내의 출장

아내가 2박3일 일정으로 토론토에 출장을 갔다. 그렇게 혼자 가족을 떠나는 것이 처음이라 서먹해하고 서운해하는 아내에게 ‘운전 조심하라’라거나 ‘토론토 간 김에 일이 끝나면...

방생(放生)

둘째 아이가 어떤 피아노 곡을 무심코 연습하는데 내게는 너무 반가운 곡이었다. 둘째도 그 곡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너를 기억해”라는 드라마 OST였다. 이소라의 목소리라고...

기다림의 계절

아침 일찍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커피 생각이 났다. 어느새 앙상해진 가지들 위에 소담하게 눈으로 덮여 있는 나무들이 흐뭇하다. 섭씨 0도....

5촉 전구

아침에 눈을 뜨니 부스스한 눈 사이로 막내가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이 보였다. 이 놈은 9살이나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잔다. 깨어 있을 때는...

먼 산 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흐린 가을 하늘이다. 그러나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은 없다. 다들 그저 자신의 일로 골몰하고 있다. 창 밖에는 단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혼란스러워...

나이아가라 기행

한국에서 온 손님 가족과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서 배를 타보기로 의기투합했다. 런던에서 출발해서 쉬지 않고 2시간 정도 거리. 토론토 갈 때보다 조금 더 걸리는 것...